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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대통령 리스크’ [EDITOR’S LETTER]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또다시 ‘대통령 리스크’에 대한민국이 휘청이고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소추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파면된 지 7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윤 대통령 본인이 자초한 일입니다. 2022년 5월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국정 운영에 있어 야당과 협치할 노력조차 하지 않고 대립각만 세우며 독선·독단·독주를 해왔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대표적인데요, 대화와 타협은 없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야 했고, 위급한 환자들은 길거리에서 죽어가야 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데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는 뻔뻔한 모습입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도 다르지 않습니다. 야당의 감사원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소추와 예산 감액에 대해 협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해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의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야당을 ‘내란 획책’, ‘반국가 행위’ 등의 원색적인 문구로 맹비난했습니다. 또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으로 국가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했습니다. 헌법 77조 1항에서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들어맞는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진행했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결국 비상계엄은 2시간 30분 만에 국회의 해제 요구안 가결로 무력화됐고, 6시간 만에 공식 해제됐습니다. 이번 사태는 한밤중에 시작하고 끝나 잠을 자고 있던 국민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경제에 미친 후폭풍은 엄청납니다. 특히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는데요,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하락했고 외국인은 7000억원(현물주식+선물)을 순매도하고 등을 돌렸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에는 원·달러 환율은 1444원까지 등급했고 비트코인은 4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세가 불안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벌써 뉴질랜드는 한국여행주의보를 한단계 상향했으며, 미국·영국·이스라엘 등은 경고와 주의를 권고했습니다. 이는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의 해외 투자 유치에 차질이 우려됩니다. 실제로 중견 기업 임원은 “국내 상황을 묻는 해외 파트너사들의 전화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치 불안이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모든 게 윤 대통령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데 대통령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합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탄핵 추진과 함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이 경제의 위협 요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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