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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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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소중한 존재[아트 갤러리]

전시

서안나 작가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일상을 따스한 정서로 화폭에 위트 있게 담아냅니다. 주로 추상 작업을 해오던 서 작가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작업 방향을 전환하게 됩니다. 당시 외부와 단절된 채 온종일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던 서 작가가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는 바로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감자’와 고양이 ‘우리’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작업 방향을 바꾸게 된 셈이죠. 서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크게 자리 잡은 반려견과 반려묘 그리고 이따금씩 길에서 마주하는 길 고양이들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풀밭에서 꽃을 입에 물고 있는 강아지, 식탁 위에 있는 컵을 터치하려는 고양이 등 일상에서 매 순간 마주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 동물의 찰나가 담겨 있습니다. 그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반려 동물들은 물감을 얇게 여러 번 올려 특유의 질감과 색으로 따뜻하고 편안하게 표현됐습니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일상과 공간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그들과 맺고 있는 친밀한 관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그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2024.05.05 10:01

1분 소요
마음속 깊은 ‘알맹이’를 비춰보다[아트 갤러리]

전시

작가 키츠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 그리고 풍경에 내재된 고유한 것을 ‘알맹이’라 일컫습니다. 그리고 포착한 알맹이들을 조금 더 오래,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캔버스에 담아냅니다. 주변의 존재를 섬세하게 보듬는 작가의 시선과 아크릴 물감이 만나 말랑한 형태와 몽글몽글한 경계 그리고 포슬포슬한 텍스처의 그림이 완성됐습니다. 작품 속 테이블 위에 놓인 레몬과 화병 속 노란 꽃들은 마치 배경에 스며들 듯 구분 지어지지 않고 따스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빛과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채의 온도를 담아내 보는 이에게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작가는 관람자들에게 저마다 품고 있는 ‘마음속 깊은 알맹이를 비춰, 우리 각자만의 고유한 색감, 그리고 형태와 외곽을 함께 즐겁게 가늠해 보기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또 작품 속 온기와 다정함이 흘러넘쳐 보는 이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키츠는 입시 미술을 거쳐 성균관대 시각디자인학과와 프랑스어문학을 전공한 뒤, 기업 마케팅팀에서 디자인 기획자로 일하다 2023년 봄부터 서촌에 작업실을 마련해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 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국립광주박물관 문화재 드로잉 클래스 협업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담긴 영상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 달간 약 220만뷰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키츠의 작품은 신사동 아르떼케이 전시장(4월 26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24.04.28 10:01

1분 소요
자연채광 살리고, 친환경 요소 더하니…사각지대서 ‘핫플’로 변신[E-마이스]

여행

연간 3000건에 육박하는 전시컨벤션 행사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COEX). 이곳에서 아무것도 볼 게 없어 ‘사각지대’로 불리던 2층 공간이 최근 새로운 ‘핫플’(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1988년 개장 때부터 25년간 무역회사 800여 곳이 입주해 있던 상사 무역전시관에 다목적 전시이벤트 공간인 ‘더플라츠’(The Platz)가 문을 열면서다.기존 전시장, 회의실과 다른 콘셉트의 ‘힙한’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개장 두 달여 만에 ‘코엑스 안에 새로운 코엑스’, ‘코엑스 내 최고의 유니크베뉴(이색 회의시설)’, ‘성수동 코엑스’라는 타이틀도 붙여졌다. 개장 이후 ‘이탈리안 패션 데이’, ‘웨딩박람회’, ‘크래프트 서울’, ‘패션코드’ 등 꼬리에 꼬리를 물듯 행사가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일정표의 절반이 이미 채워진 상태다.이런 추세라면 개장 첫해인 올해 가동률 50%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코엑스는 예상한다. 통상 전시장과 회의실 가동률은 연간 50%가 넘으면 수요가 최대치에 다다라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간주한다. 전미령 코엑스 컨벤션마케팅팀 팀장은 “비수기인 7월과 8월도 거의 매주 예약이 잡힌 상태”라며 “행사 유형도 전시·박람회, 세미나·콘퍼런스부터 패션쇼, 발표회, 상담회 등으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개장 첫해 가동률 50% 무난할 듯착공 6개월 만인 올 2월 1단계 개장한 더플라츠는 면적 기준 코엑스 2층 리모델링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5000㎡)다. 2019년 ‘스타트업 브랜치’(800㎡)로 첫발을 뗀 코엑스 2층 리모델링은 하이브리드 행사 공간인 ‘스튜디오159’(300㎡)에 이어 올 연말 더플라츠가 완전 개장하면 6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스타트업 브랜치’는 신생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조성한 지원시설이다. 내부에 사무공간과 피칭센터, 컨설팅존 등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와 비즈니스 상담을 지원하는 시설을 갖췄다. 2022년 1월 문을 연 ‘스튜디오159’는 기존 소극장이던 공간을 500인치 대형 고화질 LED 스크린 등 최신 방송·영상 장비를 갖춘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는 2층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될 더플라츠 연내 완전 개장을 목표로 2단계 공사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 시설 운영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내년께나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던 2단계 공사는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과 높은 수요에 일정이 앞당겨졌다.코엑스 2층은 최초 설계 때부터 업무시설 용도로 지정된 탓에 바닥 하중부터 천정 높이(천고), 화물차량 진출입로 등 제약 투성이었다. 처음 더플라츠 계획이 나왔을 당시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이유 역시 전시·회의 시설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이었다.더플라츠는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채장보단’(採長補短) 전략으로 극복했다. 여기에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친환경’ 콘셉트를 더해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전시장에 비해 낮은 천고(최대 5.7m)는 노출 천정 설계에 자연 채광, 근접 조명 등을 활용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바닥 하중, 단 1대뿐인 화물 엘리베이터로 인한 장비 반입의 제약은 친환경 장치 서비스 ‘굿 플랜’(Good Plan)으로 커버했다. 굿 플랜은 재생 종이와 라이팅 부스, 공간 콘셉트에 맞춰 코엑스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가구, 폐기물 발생을 줄인 조립식 무대 시스템 등을 공간과 함께 패키지로 제공하는 인하우스 서비스다. 지난 3월 더플라츠에서 ‘패션코드’(Fashion KODE) 행사를 연 오현전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장은 “천고가 전시장에 비해 낮긴 하지만 개방감을 잘 살려 패션쇼 등 행사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며 “친환경 콘셉트가 행사 취지에 부합하고 참가사와 방문객 사이에선 라운지 같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하반기에도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휴공간 활용, 센터 개발 새 방향성 제시더플라츠의 최대 장점은 편리한 접근성이다. 1층 메인 로비에서 에스컬레이터로 한 번에 접근이 가능하고, 1층과 3층 A·C홀 전시장과 회의실 중간에 있어 연계행사 등 브릿지 시설로도 활용이 용이하다. 오윤정 엑스포럼 이사는 “매년 11월 전관 전시장(A~D홀)과 E홀까지 5개 홀에서 여는 ‘서울카페쇼’는 공간이 부족해 대기 중인 전시 부스만 600여 개에 달한다”며 “가뭄의 단비 같은 더플라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학술대회, 콘퍼런스 등 컨벤션과 연계한 소규모 전시·박람회 등 콘펙스(Confex) 수요를 늘리는 효과도 클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전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전문성을 강조한 콘셉트 전시·박람회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 개최 이력이 짧고 아직 규모가 작은 신생 행사의 코엑스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도 예상된다. 코엑스 관계자는 “올 연말 2500㎡ 규모 공간이 추가 개장하면 한쪽은 세미나, 다른 한쪽에선 전시회가 열리는 독립된 콘펙스 행사 개최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더플라츠는 건물을 신축하지 않고도 유휴공간 활용도를 높여 가용공간을 늘렸다는 점에서 전시컨벤션센터 개발의 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센터 신·증축을 추진 중인 지역에선 적은 비용으로 시설 활용도를 극대화한 코엑스의 리모델링 프로젝트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플라츠는 2단계 공사 포함 전체 리모델링에 100억원 안팎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장(4000㎡) 증축을 추진 중인 경주 하이코(295억원)의 3분의 1, 약 900억원을 들여 다목적 마이스 복합시설을 추가 건립하는 ICC제주의 9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윤은주 한림대국제대학원대 교수는 “더플라츠는 센터가 공간을 어떻게 조성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신·증축을 추진 중인 센터들은 규모와 서비스 측면에서 호텔과 큰 차이가 없어 수요가 낮은 소규모 회의실을 더플라츠와 같은 다목적 공간으로 전환해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4.04.26 06:00

4분 소요
글로벌 트렌드 한눈에 보는 '2024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개막

전시

2024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가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아 세계 10대 신재생에너지 전시회로 성장한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는 에너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내 최대 전시회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올해도 세계 최정상급 셀·모듈·인버터 기업들이 총출동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기술의 각축전을 펼친다.태양광 셀·모듈 분야에서는 한화큐셀, JA솔라, 징코솔라, 론지솔라, 라이젠 에너지, 캐나디안 솔라, 트리나 솔라, 티더블유 솔라 등 글로벌 Top10 기업 중 8개사가 참가를 확정했으며, 태양광 인버터 분야에서도 선그로우, 화웨이, 그로와트, 솔리스, 시능, 굿위, 소파 솔라 등 글로벌 Top10 중 7개사가 참가한다.현대에너지솔루션, 한솔테크닉스, 신성이엔지, 아이솔라에너지 등 국내 유망기업도 혁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중국, 미국, 캐나다, 독일, 베트남, 인도 등 23개국 83개사의 바이어가 참여하는 수출상담회를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행사로 진행해, 국내기업들의 해외 판로개척을 지원할 예정이다.한편, 그린에너지엑스포 기간 중 국내 유일의 태양광과 수소 분야의 비즈니스 컨퍼런스인 국제미래에너지컨퍼런스(PVMI·H2MI)가 동시 개최된다. 4월 24일, 25일 양일간 열릴 태양광마켓인사이트(PVMI)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은 태양광 발전으로!'를 주제로 태양광 산업의 최신 트렌드가 공유되며, 4월 25일과 26일 양일에는 '수소-미래로 도약하는 혁신동력'을 주제로 수소마켓인사이트(H2MI)가 진행된다.정장수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은 "21주년을 맞는 이번 행사는 글로벌기업 간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신재생에너지 트렌드 교류 역할을 넘어 국제사회 에너지 문제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전문전시회"라며, "이번 엑스포를 통해 참가 기업·기관 간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공유를 통해 관련 산업의 시장 확대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4.04.23 18:53

2분 소요
늑대와 인간, 그리고 생존경쟁[아트 갤러리]

전시

늑대는 동물의 왕국에서 거칠고 강인한 힘을 가진 동물이지만 의외로 평생 한 배우자만 바라보고 가정을 돌보는 등 지고지순한 순정을 지닌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늑대를 화면에 담아낸 작품은 장정후 작가의 ‘원후취월’ 시리즈 중 한 점으로 2015년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 판 위에 드로잉을 하고 색을 입혀냈습니다. 긁어내고 용접한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 있는 평면작품인 셈입니다. 장 작가의 동물 시리즈에는 유독 늑대가 자주 등장합니다. 늑대는 사람처럼 무리생활을 하고 계급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졌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늑대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보고 늑대를 통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늑대는 강렬한 눈빛으로 관람객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늑대 얼굴 여기저기에 보이는 붉은 색조는 사냥감의 피일 수도, 사냥을 하다 다친 상처에서 흘린 혈흔일 수도 있습니다. 사냥감을 향해 집요하게 달려가 숨통을 끊어놔야만 가족과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늑대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수많은 아버지의 노고를 돌아보게 합니다.

2024.04.21 10:01

1분 소요
2099개 부스로 만나는 ‘서브컬처’…스타라이크, 일산서 ‘일러스타 페스’ 개최

IT 일반

2099개 크리에이터 서클 부스를 만날 수 있는 종합 서브컬처 이벤트가 열린다.스타라이크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에서 종합 서브컬처 이벤트 ‘제4회 일러스타 페스’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오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종합 서브컬처 이벤트’를 주제로 한다. 3회차엔 3만50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유치했을 정도로 흥행했다. 올해 행사는 총 2099개 크리에이터 서클 부스가 운영되는 등 규모가 더욱 커졌다.이번 행사에선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2차 창작물을 만나볼 수 있는 ‘크리에이터 마켓’이 운영된다. 이와 함께 ▲보카스타(보컬 캐릭터즈) ▲버츄올스타(버츄얼 유튜버) ▲크리에스타(순수 창작물)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마련된다.지난 행사에서 선보인 ‘인디게임 특별존’은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성남산업진흥원과 협력을 통해 ‘인디크래프트 미니’로 확장된다. ‘2024 인디크래프트’ 출품작 모집에 지원한 개발사를 대상으로 전시 부스가 무상 지원되면서 이뤄진 확장이다.무대에서는 ▲참여형 코스프레 ▲애니송 DJ 이벤트 ▲서울 인디 아이돌 페스티벌 2024 Spring 등이 진행된다. 스타라이크 측은 “라이브 아이돌이라는 명칭으로 불러지는 서브컬처계 인디 아이돌 7팀이 출연할 예정”이라며 “행사장 내 머천다이즈 부스와 함께 즉석 사진 촬영회, 악수회 등의 특전회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제4회 일러스타 페스의 관람 티켓은 아프리카TV의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 ‘샵프리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일러스타 페스 조직위 관계자는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에 빠르게 돌아왔다”며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함께 지난 회차에서 문제가 되었던 입장 지연을 개선하여 참관객분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4.04.18 15:01

2분 소요
UMG 잡은 하이브 ‘이유 있었네’…해외 매출 64% 의미 [수(數)크릿]

IT 일반

수는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단어입니다. 유행·변화·상태·특성 등 다소 모호한 개념에도 숫자가 붙으면 명확해지곤 하죠. 의사결정권자들이 수치를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역시 성과·전략 따위를 수의 단위로 얘기합니다. 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높은 정밀성은 물론 다양성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다양한 수치 중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꼽아 연재합니다. 수(數)에 감춰진 비밀(Secret), 매주 수요일 오전 뵙겠습니다. 하이브 전체 매출 중 해외 사업이 담당한 비율 64%.이 수치를 꺼내 든 이유가 있습니다. K-팝 문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꼽히는 하이브가 지난 3월 27일 세계 최대 음악 기업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과 음원·음반 글로벌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한 배경을 짚기 위해서인데요. 64%의 의미를 살펴보기 전, 양사가 어떤 계약을 체결했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양사가 맺은 계약 조건은 구체적으로 대외에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하이브는 다만 이번 계약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는 점만큼은 부인하지 않았는데요. 하이브가 높은 협상력을 보였다는 점은 세계 시장에서 K-팝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방증합니다. 동시에 K-팝 선두 기업인 하이브가 글로벌 톱 티어 음악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도 나타내죠.하이브의 음원·음반을 UMG가 모든 시장에서 유통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 탄탄한 시장 장악력을 보이는 한국(음반원 YG플러스)·중국(음원 텐센트뮤직) 시장의 유통 파트너십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UMG는 이번 계약에 따라 향후 10년간 한국·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출시하는 피지컬 음반과 디지털 음원을 독점 유통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북미 지역 내 활동과 프로모션·마케팅도 지원키로 했죠.UMG는 이번 계약을 통해 음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는 UMG가 보유한 대형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죠. 하이브가 음원·음반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소로 꼽힙니다. 양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구조인 셈입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하이브가 세계 시장 영향력을 대폭 증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죠.하이브와 UMG는 음원·음반 글로벌 독점 유통 계약에 앞서 다양한 협업을 추진했는데요. 2017년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음원·음반 유통 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이브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죠. 2021년 UMG 산하 게펜 레코드와 하이브의 합작 레이블 ‘하이브x게펜 레코드’가 출범하면서 협업 분야를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K-팝 방법론을 팝의 본고장 미국에 이식하기 위해 지난해 열린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오디션이 하이브x게펜 레코드가 추진한 대표적 사업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최종 6인은 올해 ‘캣츠아이’로 데뷔할 예정이고요. 하이브의 달라진 위상이번 음원·음반 독점 유통 계약을 ‘하이브가 UMG와 손잡고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도로 해석해도 충분하긴 합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몇 가지 지점에서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평소엔 실감하기 어려운 ‘K-팝의 글로벌 인기’를 사업적으로 입증해 낸 사례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이번 계약의 핵심은 UMG가 자사 유통망을 통해 하이브의 음원·음반을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UMG가 하이브 레이블즈의 음악을 통해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걸 의미하죠. K팝의 인기와 하이브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계약인 셈입니다.이제 서두에 소개한 ‘하이브 전체 매출 중 해외 사업이 담당한 비율 64%’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이브의 2023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2조178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22.6% 성장하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 2조원’의 고지를 점령한 기업으로 등극했죠. 이 기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9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상승했습니다.하이브의 이 같은 실적 성장은 단연 해외 사업에서의 성과 덕분입니다. 2조1781억원 매출 중 약 1조3070억원이 해외 사업에서 나왔죠. 세계 1·2위 음악 시장인 북미와 일본 매출액 비중이 각각 26%와 31%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특히 음원 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는데요. 하이브의 2023년 연간 음원 매출은 298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에서 해외 레이블의 음원 매출은 1502억원을 기록했고, 국내 레이블의 해외 음원 매출은 107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음원 매출의 86%가 해외에서 나온 셈이죠.이 같은 다양한 수치가 의미하는 건 명확합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나타내죠. UMG가 하이브와 음원·음반 유통에 나선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겠네요. ‘수출 효자’ K-팝K-팝의 인기는 하이브의 실적뿐 아니라 다양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지식재산권(IP) 무역수지는 약 1억8000만 달러(약 2400억원) 흑자로 잠정 집계됐는데요. 첫 연간 흑자를 올린 2021년(약 1억6000만 달러)의 기록을 넘어서며 가장 큰 폭의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로 수출된 K-팝·한국 드라마 등의 인기가 만든 성과입니다.K-콘텐츠와 직결된 문화예술저작권 수지도 2020년부터 4년 연속 흑자인데요. 지난해엔 특히 11억 달러(약 1조4700억원) 흑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지난해 음악·영상 흑자가 9억5000만 달러로 집계된 데 따른 성장입니다.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K-팝 음원·음반을 국내 주요 수출품으로 만든 데 나름의 역할을 한 기업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지난 2월 공식 홈페이지에 발표한 ‘2023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상위 10위 중 3팀이 하이브(세븐틴 2위·투모로우바이투게더 7위·뉴진스 8위) 소속 아티스트일 정도죠.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는 ▲실물 음반 판매량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오디오·비디오 스트리밍 수치를 합산해 순위가 선정되는데요. 이 때문에 그해 가장 큰 인기를 끈 아티스트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방시혁 의장 ‘선구안’업계에선 하이브와 UMG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꼽기도 하는데요. 방 의장은 이런 K-팝 인기에도 꾸준히 ‘위기론’을 제시하며 대안을 찾아왔습니다.방 의장은 2023년 3월 관훈클럽 주최 포럼에 참석해 “통상적으로 세계 1위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K-팝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로는 유통사들과의 요율 협상에 있어서 K-팝은 현지의 레이블들에 비해 협상력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방 의장은 또 이 자리에서 각종 지표 하락이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K-팝이 한때의 신드롬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황금기를 구가하다 쇠퇴한 홍콩 영화나 일본 만화와 같은 상황을 K-팝이 마주할 수 있다는 분석이죠.방 의장은 해결책으로 “글로벌 유통사들과 협상할 수 있을 만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을 제시했는데요. 글로벌 유통사와 당당한 협상력을 지닐 정도로 국내 엔터사가 성장해야 한다고 본 겁니다. 하이브와 UMG간 계약은 방 의장이 이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 뒤 정확히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관훈클럽 포럼 당시 방 의장이 제시한 해결책은 좋은 조건으로 유통 요율을 받아 회사와 아티스트의 성장에 도움이 될 재무적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라며 “하이브가 선보이고자 하는 음악·아티스트를 많은 사람이 인지하게 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UMG와의 계약은 K-팝의 한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방 의장이 청사진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했죠.하이브는 UMG와의 계약 과정에서 ‘높은 협상력’을 보이면서 K-팝의 달라진 위상을 입증해 냈습니다. K-팝이 ‘한때의 신드롬’에 그치지 않기 위한 방 의장의 구상도 현실화하고 있죠. 국내 엔터사 중 처음으로 ‘매출 2조원 고지’를 점령한 하이브는 UMG와의 협업을 통해 얼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요? 하이브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2024.04.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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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차게 더 재밌게' 대구 동성로 청년버스킹

전시

대구시는 오는 19일 '2024 동성로 청년버스킹' 발대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동성로 청년버스킹'은 청년 중심의 공연을 통해 침체된 동성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작년부터 실시된 사업이다. 지난 해에는 39회 실시됐으나,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60회로 대폭 확대됐다.'2024 동성로 청년버스킹'은 오는 11월 9일까지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7시에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오픈마이크'로 시작되고, 이어서 8시부터 9시 30분까지 버스킹이 진행된다.버스킹은 경연팀 50개 팀 중 3개 팀이 공연을 하며, 이들 경연팀은 연간 3회씩의 공연을 통해 심사를 거쳐 연말에 우수팀 3개 팀이 선정된다. 선정된 우수팀은 시상금과 함께 대구시장상이 수여된다.경연팀은 지난 3월, 전국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했으며, 참가 신청한 251팀 중 5:1의 경쟁률을 뚫고 50개 팀이 선정됐다.또한, 경연팀 외에도 지역 10개 대학의 음악·댄스 동아리 30개 팀에도 '오픈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이들 대학동아리도 우수 3개 팀을 선정하며, 대구시장상이 수여된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4.04.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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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패턴 위 ‘완벽한 차원’[아트 갤러리]

전시

이정우 작가는 영국 팔머스 예술대학(Falmouth College of Art)과 슬레이드 런던대(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이 작가는 어린 시절, 의미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비밀코드에 뒤덮인 고대 유적에 매료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대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발자취에 언제나 유사한 형태의 기하학적 패턴이 등장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서로 다른 시기 및 지역에서 발생한, 전혀 연관이 없는 각각의 문명에서 비슷한 형태의 도상이 나타남을 알게 된 작가는, 고대 유적이 남긴 자취와 현대의 양자 역학 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고대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통찰에 의해 자신이 발견한 패턴이 나선형 형태로 흐르는 시공간의 단면을 표현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더 나아가 이것이 인생의 의미와 우주의 신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작업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기하학적 도상을 반복해 반사원단 위에 패턴화 한 후, 마스킹액과 스텐실 기법(판에 구멍을 뚫어 잉크를 통과시켜 찍음)을 활용해 여러 겹의 층을 쌓는 방식으로 그리드와 점, 기둥 등의 형상을 완성합니다.오는 4월 12일부터 아르떼케이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완벽한 차원’에서 이정우 작가의 새로운 차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4.04.14 10:00

1분 소요
OTT와 스포츠 ‘필연적 만남’…경쟁력·차별화 노린다

IT 일반

국내·외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티빙·쿠팡플레이 등 국내서 서비스하는 플랫폼은 물론이고, 아마존 프라임·DAZN·ESPN+ 등 해외 플랫폼도 다큐멘터리·예능 등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스포츠 경기 생중계를 주력 서비스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단순히 드라마와 영화 등 기존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단 취지다.OTT 플랫폼이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스포츠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참여와 높은 재방문율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큰 매력을 갖는다. 경기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진행된다.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함께 호흡하며 경기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단순히 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 전후 선수들의 인터뷰나 현장 분위기 등 다양한 관련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크다. 이는 플랫폼 내에서 시청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종국에는 구독 유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투자 대비 높은 효율성 ‘장점’주목할 점은 스포츠 콘텐츠가 특히 OTT 플랫폼의 남성 구독자 확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드라마나 예능 등 여성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장르에 비해, 스포츠 콘텐츠는 남성들의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스포츠 경기나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남성 구독자들을 공략함으로써 플랫폼 내 구독자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도 스포츠 장르가 갖는 ‘투자 대비 효율성’은 플랫폼 입장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드라마나 영화 등은 대본 개발부터 캐스팅·세트 제작·촬영·후반 작업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많은 제작비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반면 스포츠 콘텐츠의 경우 정해진 일정에 열리는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도 장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인기 스포츠 대회나 리그의 중계권 계약에는 적지 않은 초기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도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계약 기간 내 지속해서 경기 실황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 관련 하이라이트 ▲선수 개인 채널 ▲쇼트 클립 등 다양한 파생 콘텐츠들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투자 효율성은 높은 편이다.중계와 더불어 경기 전후 전문적인 분석과 토크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해당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이는 단순히 경기 자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재미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구독자들을 플랫폼 내에 더욱 오래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나아가 OTT 플랫폼들은 독점 스포츠 콘텐츠 확보를 통해 타사 대비 차별화를 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이 장악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글로벌 OTT, 스포츠에 빠지다실제로 아마존 프라임은 내셔널 풋볼 리그(NFL·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와 프리미어리그(EPL·잉글랜드 프로 축구 최상위 리그) 등 북미·유럽 최고 인기 스포츠 리그의 경기 독점 생중계권을 다수 확보해 타 플랫폼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단순히 경기 중계에만 그치지 않고 멀티앵글 카메라워크와 전문 해설, 그리고 다양한 그래픽 등을 가미해 기존 중계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구독자 유치로 직결되는 동시에 ‘스포츠는 곧 프라임 비디오’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이와 유사한 행보는 유럽의 스포츠 전문 OTT ‘DAZN’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출범 초기부터 축구·농구·야구·격투기 등 인기 종목들의 주요 대회 경기를 대거 편성했을 뿐 아니라, 관련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자체 제작해 내놓으며 스포츠 팬들의 구미를 사로잡고 있다. 그 결과 서비스 론칭 10년 만에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구독자 수 150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미국의 ESPN+도 종합격투기 단체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관련 경기 독점 생중계로 단기간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UFC에 특화된 오리지널 시리즈나 파이트 위크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무장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스포츠 콘텐츠를 앞세운 플랫폼들의 약진은 비단 북미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시아·남미 등 신흥 OTT 시장에서도 스포츠 콘텐츠를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 ‘핫스타’(Hotstar)는 자국 내 절대적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중계권을 독점하며 사업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영화·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장르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PPTV’ 역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독점 중계를 필두로 주요 축구대회와 프로 농구·배구 경기 등을 대거 편성하며 현지 스포츠 팬들을 공략했다. 자체 제작한 스포츠 예능과 관련 커머스 사업 등을 연계해 종합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홍콩 ‘Viu’ ▲말레이시아 ‘Astro’ ▲싱가포르 ‘SingTel’ 등의 인터넷(IP)TV나 다른 서비스와 융합한 OTT 플랫폼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EPL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인기 유럽 축구 리그는 물론 현지 프로리그까지 망라하며 스포츠 팬들을 유입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일부 플랫폼들은 독점 중계권을 활용해 ‘번들링’(Bundling·두 개 이상의 다른 제품을 하나로 묶어서 단일 가격으로 판매)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유료 가입자들에게만 스포츠 채널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스포츠 콘텐츠, 선택이 아닌 필수물론 스포츠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계권료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이다. 이는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스포츠 콘텐츠가 갖는 장기적 가치와 잠재력을 고려하면 반드시 짊어져야 할 비용으로 여겨진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충성도 높은 구독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결국 프로스포츠의 핵심은 결국 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확산한 비대면 문화 속에서 OTT 플랫폼의 스포츠 콘텐츠는 그 가치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경기장을 직접 찾기 어려워진 팬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또 다른 차원의 소통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스포츠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향후 그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OTT와 스포츠의 만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플랫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스포츠 콘텐츠를 발굴·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고품질 서비스 제공은 물론, 나아가 VR·AR 등 기술 접목을 통한 혁신적 시청 경험 창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 간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OTT 산업 지형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_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다. 미디어·ESG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미디어 산업의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다수 진행했고,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2024.04.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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