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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트렌드 읽는 남자...“소비자들, 내년엔 더 깐깐” [이코노 인터뷰]

최승용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장
고전하는 유통사들 ‘다각형 소비’ 주목해야

최승용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트렌드(Trend)를 읽는 것은 중요하다. 수많은 플레이어(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서야 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트렌드를 놓치면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는다. 기업에게 트렌드는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는 나침반과 같은 존재다.

글로벌과 동기화되는 로컬 트렌드

최승용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장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과 로컬의 트렌드가 동기화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국가간 트렌드에 차별성이 존재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문화 공유 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점 더 그 간극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로모니터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조사기업이다. 이들은 ▲시장 ▲산업 ▲경제 ▲소비자 전반에 걸친 데이터 분석 및 시장 조사를 진행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은 전 세계 16개 지사에 속한 1000여명의 애널리스트(분석가)다. 관련 데이터는 210여개 국가 및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추출한다.

해당 데이터는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주요기업은 물론이고, 수출 활로 개척을 준비하는 중소·중견기업도 유로모니터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최 지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유로모니터 마켓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며 “국내 기준으로 보면 K-웨이브에 힘입어 미국과 동남아 등으로 진출하려는 K-뷰티, K-푸드 기업 등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 콘텐츠 중 하나가 매년 11월께 발표되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리포트’다. 여기에는 세대별로 다른 소비 습관과 이에 따른 비즈니스 영향 분석, 나아가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인사이트(통찰력)가 담긴다.

2025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는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건강하고 오래 삶을 영위하는 것) ▲다각형 소비(충동구매를 지양하고 계획적으로 소비) ▲에코 로직(검증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 ▲큐레이션 쇼핑(상품 설명부터 결제까지 간편한 쇼핑) ▲인공지능(AI) 딜레마(AI에 대한 기대와 우려) 등이다.

얼핏 보면 유로모니터가 지난해 발표한 소비자 트렌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는 ▲AI에게 물어보세요(AI 관심도 증가) ▲리프레시 소비(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 ▲그린워싱 아웃(기업의 환경 책임 서약 이행에 대한 증명) ▲갈라서는 소비자(소비에 영향을 끼치는 개개인의 정체성) ▲프리미엄 짠테크(가성비+프리미엄 소비) ▲실용 웰니스(입증된 효과 중시) 등이다.

최 지사장은 “트렌드라는 것이 갑자기 확 바뀌지는 않는다”며 “내년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는 물가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건강수명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지난해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의 2.0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용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장이 새로 바뀐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 신인섭 기자]

내수 침체로 고민하는 유통사 ‘이것’ 중요

한국에서 주목해야 할 내년 소비자 트렌드로는 ‘다각형 소비’를 꼽았다. ‘다각형 소비’는 스트레스 해소와 개인 만족을 위한 충동구매를 줄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 지사장은 “올해 소비자 트렌드는 단순히 조금 더 아껴서 쓰는 ‘프리미엄 짠테크’였다”며 “하지만 요즘 MZ세대들은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국내 유통사들이 반드시 ‘다각형 소비’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수 중심의 유통사들은 장기화된 경기 부진과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은 지난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하락세다.

최 지사장은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 그리고 구매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요소 등을 다각도로 판단한다”며 “유통사들이 내수 소비 증진을 위해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것도 물론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충성 고객을 위한 로열티 프로그램 같은 것도 많이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모니터의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5가지 외에 K-웨이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최 지사장은 “K-웨이브는 이제 더 이상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제3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라며 “과거에는 소수의 관심을 받았지만, 이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특히 K-푸드를 보면 지금은 단순히 인스턴트 누들에 쏠려 있지만, 한식이나 푸드 서비스까지 영역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요즘 미국에서는 특별한 날이나 데이트를 할 때 K-푸드 음식점을 찾는다고 한다. 과거 특별한 경험을 위해 일식집을 찾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K-팝과 K-드라마, 그리고 K-뷰티를 넘어 K-푸드도 어느 정도 안착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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