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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 사상 초유 ‘-40% 역프’…거래소는 ‘마비’

[계엄선포 후폭풍] ⑤
국내 하루 거래량 50조원 육박…업비트·빗썸, 약 1시간 접속 지연
‘서킷브레이커’ 도입 주장 나오지만…업계 “전 세계 거래소와 조율 어려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국내 거래소에서 급락한 뒤 다시 회복되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패닉 셀’(Panic Sell·공황매도)을 촉발했다. 업비트와 빗썸 등 주요 거래소는 하루 거래량이 약 50조원에 육박하고 접속이 마비되는 등 사상 초유의 현상이 발생했다.

4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비트코인은 1억3451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의 가격을 회복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30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이후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에 나섰다. 이후 오후 10시 50분께에는 8800만원대까지 수직 하락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15분께 리플(-15%), 도지코인(-10%), 이더리움(-7%) 등 다른 주요 알트코인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급락은 국내 거래소에서만 발생했으며, 가격이 하락한 지 1시간여 만에 해외 거래소 수준으로 다시 올라섰다.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께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급증한 모습. [사진 업비트 캡처]
이처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은 매우 드물다. 한국 시장의 높은 수요와 제한된 공급, 제한된 시장 환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한국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 반대인 ‘역(逆)김치 프리미엄’(역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때 업비트와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역프가 –40%까지 차이나기도 했다.

비상계엄 혼란 속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 또한 대폭발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의 12월 3일 오전 9시~12월 4일 오전 9시 거래량은 약 49조4900억원으로 2024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3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인 9조원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아울러 업비트·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은 트래픽 폭주로 접속 장애를 겪었다. 이 거래소들은 12월 3일 오후 11시를 전후로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고 고객들에게 알리고, 1시간가량 뒤 접속 정상화를 공지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우 블록체인은 “이번 계엄령 뉴스는 패닉 셀을 촉발했고, 거래소의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다운타임(시스템 이용 불가 시간)이 발생했다”며 “시장 조성자의 부족으로 가격이 동기화될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에도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가 도입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서킷브레이커란 조건에 맞는 급등락 상황이 오면 일정 시간 동안 주식시장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제도다. 거래가 중단되는 동안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과도한 공포나 탐욕에 의한 비이성적인 매매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서킷브레이커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본질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탈중앙화와 자유로운 거래를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서킷브레이커 도입은 곧 중앙화된 통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KRX)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국내 주식시장과 다르게,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를 일시 중지하려면 시차 등 전 세계 거래소 간에 조율할 사항이 많아 실무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며 “국내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해외 이용자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등 복잡한 사례도 있어 현실적인 부침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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