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와 협력?…언멧 니즈·디리스킹 중요해”
‘서울 바이오·의료 오픈 콜라보’ 개최
이영미 유한양행 부사장 “언멧 니즈 주목해야”
정회량 로슈 이사 “한국 기업 디리스킹 부족해”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혁신 신약을 개발하려면 통상 10년 정도가 필요하다. 신약을 출시해도 상업화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 개발 과정의 여러 어려움을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해결한다. 좋은 물질을 발굴한 기업을 찾아 해당 물질을 기술 도입해 신약으로 출시하는 전략이다.
이영미 유한양행 부사장은 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열린 ‘서울 바이오·의료 오픈 콜라보’에서 “다국적 제약사와 기술 이전 등을 논의하면 ‘우리는 기술 이전으로 상대 기업의 기술과 함께 시간을 산다’라고 말한다”라며 “그만큼 신약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 개발에 쏟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령 유한양행은 국내 기업인 오스코텍으로부터 좋은 물질을 사들여 이를 얀센에 기술 이전했다. 이렇게 개발된 약물이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다.
다국적 제약사가 단순히 신약 개발 시간만을 줄이기 위해 기술 도입을 검토하진 않는다. 기술 도입의 목표는 신약이 될 공산이 큰 물질을 확보하기다. 이 부사장은 해외 시장을 목표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약물의 혁신 성과와 미충족 수요(unmet needs·언멧 니즈), 시장의 확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항상 ‘기업이 보유한 화합물(compound·컴파운드)로 어떤 언멧 니즈를 해결할 수 있냐’라고 질문한다”라며 “하나의 컴파운드를 여러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답변을 많이 받지만, 약가를 비롯해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종양(oncology·온콜로지)이나 면역 등 한 영역으로 좁혀야 한다”고 했다.
유한양행도 이런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그동안 사용된 폐암 약물보다 무진행 생존 기간(PFS)을 늘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고 이 부사장은 설명했다. 또 얀센이 렉라자와 자사 약물을 병용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점을 고려해 렉라자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별도로 수행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유망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33건 중 16건을 기술 도입했고 공동 연구는 21건 진행했다.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 기업에 과제당 1억원도 지원한다. 유한양행은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만 2500억원을 쏟았다. 이 부사장은 “기술 도입을 검토한다면 내년에는 초기 단계(early stage)의 물질도 볼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 디리스킹 계획 부족”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가 이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다국적 제약사와 실제 기술 이전을 성사한 기업도 있다. 유전자 치료제 기업 진에딧이 대표적이다. 진에딧은 올해 초 제넨텍과 자가면역질환 유전자 치료용 나노입자를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만 1500만 달러(약 200억원)다.
제넨텍을 보유한 로슈의 정회량 이사는 “로슈는 지난해 71건의 거래를 진행했고 이를 위해 2500개 이상의 기업과 만났다”라며 “거래 성사 비율은 1% 수준이며 기술 이전으로 한정하면 10건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이 10개의 기업에 진에딧이 포함돼 있다”라며 “제넨텍의 혁신을 구현할 회사를 찾기 위해 20~30개 기업을 검토했다”라고 했다.
정 이사는 한국 기업이 제넨텍과 같은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하려면 위험을 제거하기(de-risking·디리스킹)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디리스킹 계획이 부족하다”라며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이 새롭다면 다른 요소에서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표적(타겟)과 모달리티 모두 새롭다면 거래를 성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내외 기업 협력 프로그램 주목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력을 위해 이들 기업이 추진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바이오 혁신 기업과 만나기 위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제이랩스를 운영한다. 올해에는 제이랩스를 한국에도 개소했다. 노바티스도 헬스-X 챌린지 서울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해 왔다.
헬스-X 챌린지는 특히 진단 기업에 특화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김원필 노바티스 전무는 “노바티스는 희귀질환에 집중하고 있는데 희귀질환은 다른 질환보다 의료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기가 어렵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와 의사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거리를 좁혀야 했고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진단 기업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1년 이후 현재까지 피노바이오와 바스젠바이오 등 여러 바이오 기업과 공동 연구의 범위를 확장해 왔다. 대다수가 시리즈B나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이다. 셀트리온은 국내외 벤처캐피탈(VC)과도 협력해 11년 동안 8개의 펀드를 조성해 9000억원을 운용했다.
장소용 셀트리온 부장은 “셀트리온은 바이오 투자사,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 대학 등과 협력해 기엡에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모델을 구축했다”라며 “셀트리온이 R&D와 관련한 멘토링을 지원하고 지자체와 다른 기관이 기업을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적으로 돕는 형태”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는 강원도와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라며 “협력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미 유한양행 부사장은 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열린 ‘서울 바이오·의료 오픈 콜라보’에서 “다국적 제약사와 기술 이전 등을 논의하면 ‘우리는 기술 이전으로 상대 기업의 기술과 함께 시간을 산다’라고 말한다”라며 “그만큼 신약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 개발에 쏟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령 유한양행은 국내 기업인 오스코텍으로부터 좋은 물질을 사들여 이를 얀센에 기술 이전했다. 이렇게 개발된 약물이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다.
다국적 제약사가 단순히 신약 개발 시간만을 줄이기 위해 기술 도입을 검토하진 않는다. 기술 도입의 목표는 신약이 될 공산이 큰 물질을 확보하기다. 이 부사장은 해외 시장을 목표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약물의 혁신 성과와 미충족 수요(unmet needs·언멧 니즈), 시장의 확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항상 ‘기업이 보유한 화합물(compound·컴파운드)로 어떤 언멧 니즈를 해결할 수 있냐’라고 질문한다”라며 “하나의 컴파운드를 여러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답변을 많이 받지만, 약가를 비롯해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종양(oncology·온콜로지)이나 면역 등 한 영역으로 좁혀야 한다”고 했다.
유한양행도 이런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그동안 사용된 폐암 약물보다 무진행 생존 기간(PFS)을 늘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고 이 부사장은 설명했다. 또 얀센이 렉라자와 자사 약물을 병용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점을 고려해 렉라자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별도로 수행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유망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33건 중 16건을 기술 도입했고 공동 연구는 21건 진행했다.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 기업에 과제당 1억원도 지원한다. 유한양행은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만 2500억원을 쏟았다. 이 부사장은 “기술 도입을 검토한다면 내년에는 초기 단계(early stage)의 물질도 볼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 디리스킹 계획 부족”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가 이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다국적 제약사와 실제 기술 이전을 성사한 기업도 있다. 유전자 치료제 기업 진에딧이 대표적이다. 진에딧은 올해 초 제넨텍과 자가면역질환 유전자 치료용 나노입자를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만 1500만 달러(약 200억원)다.
제넨텍을 보유한 로슈의 정회량 이사는 “로슈는 지난해 71건의 거래를 진행했고 이를 위해 2500개 이상의 기업과 만났다”라며 “거래 성사 비율은 1% 수준이며 기술 이전으로 한정하면 10건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이 10개의 기업에 진에딧이 포함돼 있다”라며 “제넨텍의 혁신을 구현할 회사를 찾기 위해 20~30개 기업을 검토했다”라고 했다.
정 이사는 한국 기업이 제넨텍과 같은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하려면 위험을 제거하기(de-risking·디리스킹)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디리스킹 계획이 부족하다”라며 “치료 접근 방법(모달리티)이 새롭다면 다른 요소에서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표적(타겟)과 모달리티 모두 새롭다면 거래를 성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내외 기업 협력 프로그램 주목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력을 위해 이들 기업이 추진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바이오 혁신 기업과 만나기 위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제이랩스를 운영한다. 올해에는 제이랩스를 한국에도 개소했다. 노바티스도 헬스-X 챌린지 서울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해 왔다.
헬스-X 챌린지는 특히 진단 기업에 특화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김원필 노바티스 전무는 “노바티스는 희귀질환에 집중하고 있는데 희귀질환은 다른 질환보다 의료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기가 어렵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와 의사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거리를 좁혀야 했고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진단 기업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1년 이후 현재까지 피노바이오와 바스젠바이오 등 여러 바이오 기업과 공동 연구의 범위를 확장해 왔다. 대다수가 시리즈B나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이다. 셀트리온은 국내외 벤처캐피탈(VC)과도 협력해 11년 동안 8개의 펀드를 조성해 9000억원을 운용했다.
장소용 셀트리온 부장은 “셀트리온은 바이오 투자사,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 대학 등과 협력해 기엡에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모델을 구축했다”라며 “셀트리온이 R&D와 관련한 멘토링을 지원하고 지자체와 다른 기관이 기업을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적으로 돕는 형태”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는 강원도와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라며 “협력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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