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여·야·의·정 협의체(협의체)가 출범한 지 20일 만에 활동을 중단한다. 의료 개혁을 두고 대립하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이들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협의체는 국민의힘, 정부, 대한의학회(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의료 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11월 11일 출범했다.

국민의힘 대표로 협의체에 참가한 이만희 의원은 이날 협의체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가지기로 했다"며 "합의된 회의 재개 날짜는 없으며, 휴지기 동안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와 지속해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이날까지 네 차례 전체회의를 열였다. 하지만 핵심 사안인 의대 정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의료계 대표로 참가한 이진우 의학회장은 "더 이상의 협의가 의미가 없고,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과 예비 합격자 규모 축소 등을 제안했다. 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보류하자고도 했다.

이 회장은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며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은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의료계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학년도 입학 정원과 관련해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어떤 조처를 하는 것은 수험생을 비롯한 교육 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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