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너마저…대어 사라진 IPO 시장, 소어들만 ‘따상’
[대어 없는 IPO 시장]①
꿈비·오브젠…소형주 5개 종목 따상 성공
중형주는 상대적 찬바람, 오아시스는 철회
기관, 대어엔 보수적 접근…유동성 회복 ‘아직’
상장 후 주가도 매력…‘포스트 IPO’ 투자 각광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대어는 없지만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로 형성한 뒤 상한가)은 있다. 올들어 IPO(기업공개) 시장의 분위기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올해 신규 상장한 10개 종목은 모두 공모가를 웃돌고, 이중 5개는 따상에 성공했다. 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에 오르는 ‘따따상’도 등장했다. 대부분은 공모 규모가 500억원 미만인 소형주였다. 공모주 몸집이 가벼울수록 주가는 더 높이 치솟았다.
대형주 IPO는 분위기가 딴 판이다. 올해 첫 조(兆)단위 대어로 주목받은 오아시스는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잠정 철회했다.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 중형주 역시 소형주에 비해 상장 후 주가 수익률이 낮다. 과거 공모주 열풍이 IPO 대어를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뀐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시장 열기가 아직 온전히 살아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증시 1월 효과 등으로 공모주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됐지만, 몸이 무거운 종목을 잘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증시 유동성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라는 평가다. 기관 투자자들이 대어들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까지 대형 새내기주의 상장은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소형주 줄줄이 따상인데…대어는 ‘실종’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시에 입성한 10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지난 28일 종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118.52%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꿈비로 공모가(5000원) 대비 수익률은 280.40%에 달했다. 오브젠(243.89%), 미래반도체(199.83%), 스튜디오미르(113.33%)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세 자릿수에 달했다. 이들 4개 종목은 모두 ‘따상’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꿈비의 경우 상장 이튿날에도 상한가를 달성하며 올해 첫 ‘따따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다른 특징은 모두 공모 규모가 작은 소형주였다는 점이다. 통상 공모주는 공모 규모 1000억원 미만을 소형주로 보지만, 올해는 5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초소형주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꿈비의 경우 공모 규모가 100억원으로 작았고 오브젠(140억원), 스튜디오미르(195억원), 미래반도체(216억원) 등도 100~200억원대 공모에 나섰다. 지난 2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첫날 따상을 달성한 이노진의 경우 공모 규모가 78억원에 불과했다.
소형주들은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기관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9일 상장한 꿈비는 희망 공모가 밴드(4000~4500원) 상단보다도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는데,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건 작년 7월 새빗켐 이후 6개월만의 성과였다. 반면 삼기이브이, 티이엠씨 등 구주매출 비중이 높거나 시가총액 4000억원 내외 종목들은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에서 결정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반면 시가총액 조단위 대어는 신규 상장사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해 첫 조단위 대어이자 이커머스 1호 상장사로 시장의 이목을 한 몸에 받던 오아시스는 지난 13일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회사의 적정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컬리,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카운티 등에 이어 올해 5번째 상장 철회였다.
오아시스는 수요예측 흥행 부진에 고배를 마셨다.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500~3만9500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부분은 오아시스의 적정 공모가를 2만원 이하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 하단보다도 30% 이상 낮은 가격이다. 당초 오아시스가 목표했던 시가총액 1조원대 달성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오아시스 공모가가 2만원으로 결정될 경우 지난해 말 오아시스에 투자를 단행한 이랜드리테일 등 전략적투자자(SI) 뿐 아니라 2021년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한 유니슨캐피탈 등도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아시스는 상장을 강행하기보다 적절한 시기를 다시 물색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어가 이끌던 따상행진…눈높이가 바뀌었다
과거 공모주 열풍은 대형 공모주일수록 더 뜨거웠다. 2020년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까지. ‘공모주=따상’ 공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대형 공모주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작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신기록을 쏟아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코스피 사상 최고치인 2023대 1을 기록했고, 수요예측의 전체 주문 규모는 일부 허수가 있긴 했지만 1경520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단위에 도달했다. 공모가(30만원) 기준 시가총액이 70조원으로 상장만 해도 코스피 3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수준이었다. 기존 크래프톤(24조원), 삼성생명(22조원), 카카오뱅크(19조원) 등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반청약에서도 청약 증거금 114조원, 청약 건수 440만건을 달성하며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상장 후 수익률도 좋았다. SK바이오팜은 ‘따따따상’, 카카오게임즈는 ‘따따상’을 달성했고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상장 첫날 상한가까지 올랐다. 카카오페이는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하며 ‘따’에는 성공했고,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15.41% 내린 가격으로 마감했음에도 코스피 시총 2위에 올랐다.
시장의 눈높이가 바뀐 건 작년부터다. 금리인상 기조로 접어들면서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2022년은 공모주 시장도 역대급 호황 이후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경험한 시기였다. LG에너지솔루션을 끝으로 지난해 조단위 상장사는 자취를 감췄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상장 철회를 선언했고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 상장을 강행한 쏘카 등도 흥행에 실패한 건 마찬가지였다.
증권가에선 1월 효과에 공모주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지만 몸집이 큰 대형 공모주를 담을 만큼 유동성 회복은 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어급 기업에 대해선 기관들의 보수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공모 규모를 줄이거나, 공모가 수준을 낮추는 등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제시하는지 여부가 흥행의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따상에 집착하는 투자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의 분위기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분명 인정하지만, 이러한 주가 급등 현상에 대한 집착은 지양해야 한다”며 “상한가를 기록하면 성공, 아니면 실패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따상은 2020년 10회, 2021년 15회를 기록 후 2022년엔 3회, 2023년엔 5회를 기록 중”이라며 “시가총액 기준 1조원 이상의 기업은 과거 4회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시총 3000억원 미만의 중소형주, 그중에서도 소형주에서 드물게 발생한다”며 “따상을 대형주에서 떼어 놓은 것처럼 당연한 듯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모주, 상장 후도 다시보자
공모주 투자의 대부분은 청약 등 IPO 이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해 60개에서 100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새롭게 주식시장에 데뷔하는데, 이중 상장 후 수개월이 지날 때까지 투자자의 관심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상장 후 투자자 관심이 사그라들면서 신규 상장사가 공모자금을 활용해 이뤄지는 기업 내부의 긍정적 변화들은 시장에 늦게 알려진다.
DB금융투자는 이를 활용해 ‘포스트 IPO(Post-IPO)’ 투자도 눈여겨봐야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래성장 기대에서 실질적 성과로 옮겨간 상황에서 미래 성장성에 베팅하는 ‘프리 IPO(Pre-IPO)’ 보다 상장 이후 투자 기회를 찾아볼 만 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상장 후에는 공모주 배정, 청약 증거금과 같은 투자제약 요소도 없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유현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공모에 참여해 상장일에 바로 매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투자자가 이런 단기투자 전략을 채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제약이 없어 수익규모를 늘릴 수 있고,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는 경향이 있어 각 기업을 잘 파악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DB금융투자가 2013~2020년 중 상장일 종가 대비 2년 후 코스피 상대수익률 상위 3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4개 기업은 셀리버리, 신라젠, 엘앤씨바이오, 박셀바이오 등 모두 바이오테크 기업이었다. 그밖에 유티아이(핸드셋 부품), BGF(유통), 나스미디어(광고), 천보(2차전지 소재) 등 다양한 영역의 종목들이 상장 2년 뒤 높은 수익률을 냈다.
유 연구원은 “IPO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상장은 대규모로 주식을 발행해 지속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모집하는 과정이고,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됐는지는 상장을 완료한 이후에나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림텍, 현대무벡스, 레이, 티앤엘, 씨에스베어링, 아모그린텍, 그린플러스, 리메드, 아이디피 등 9개 종목을 포스트 IPO 투자가 유망할 회사로 선정했다.
대형주 IPO는 분위기가 딴 판이다. 올해 첫 조(兆)단위 대어로 주목받은 오아시스는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잠정 철회했다.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 중형주 역시 소형주에 비해 상장 후 주가 수익률이 낮다. 과거 공모주 열풍이 IPO 대어를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뀐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시장 열기가 아직 온전히 살아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증시 1월 효과 등으로 공모주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됐지만, 몸이 무거운 종목을 잘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증시 유동성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라는 평가다. 기관 투자자들이 대어들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까지 대형 새내기주의 상장은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소형주 줄줄이 따상인데…대어는 ‘실종’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시에 입성한 10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지난 28일 종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118.52%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꿈비로 공모가(5000원) 대비 수익률은 280.40%에 달했다. 오브젠(243.89%), 미래반도체(199.83%), 스튜디오미르(113.33%)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세 자릿수에 달했다. 이들 4개 종목은 모두 ‘따상’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꿈비의 경우 상장 이튿날에도 상한가를 달성하며 올해 첫 ‘따따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다른 특징은 모두 공모 규모가 작은 소형주였다는 점이다. 통상 공모주는 공모 규모 1000억원 미만을 소형주로 보지만, 올해는 5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초소형주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꿈비의 경우 공모 규모가 100억원으로 작았고 오브젠(140억원), 스튜디오미르(195억원), 미래반도체(216억원) 등도 100~200억원대 공모에 나섰다. 지난 2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첫날 따상을 달성한 이노진의 경우 공모 규모가 78억원에 불과했다.
소형주들은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기관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9일 상장한 꿈비는 희망 공모가 밴드(4000~4500원) 상단보다도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는데,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건 작년 7월 새빗켐 이후 6개월만의 성과였다. 반면 삼기이브이, 티이엠씨 등 구주매출 비중이 높거나 시가총액 4000억원 내외 종목들은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에서 결정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반면 시가총액 조단위 대어는 신규 상장사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해 첫 조단위 대어이자 이커머스 1호 상장사로 시장의 이목을 한 몸에 받던 오아시스는 지난 13일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회사의 적정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컬리,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카운티 등에 이어 올해 5번째 상장 철회였다.
오아시스는 수요예측 흥행 부진에 고배를 마셨다.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500~3만9500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부분은 오아시스의 적정 공모가를 2만원 이하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 하단보다도 30% 이상 낮은 가격이다. 당초 오아시스가 목표했던 시가총액 1조원대 달성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오아시스 공모가가 2만원으로 결정될 경우 지난해 말 오아시스에 투자를 단행한 이랜드리테일 등 전략적투자자(SI) 뿐 아니라 2021년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한 유니슨캐피탈 등도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아시스는 상장을 강행하기보다 적절한 시기를 다시 물색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어가 이끌던 따상행진…눈높이가 바뀌었다
과거 공모주 열풍은 대형 공모주일수록 더 뜨거웠다. 2020년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까지. ‘공모주=따상’ 공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대형 공모주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작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신기록을 쏟아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코스피 사상 최고치인 2023대 1을 기록했고, 수요예측의 전체 주문 규모는 일부 허수가 있긴 했지만 1경520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단위에 도달했다. 공모가(30만원) 기준 시가총액이 70조원으로 상장만 해도 코스피 3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수준이었다. 기존 크래프톤(24조원), 삼성생명(22조원), 카카오뱅크(19조원) 등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반청약에서도 청약 증거금 114조원, 청약 건수 440만건을 달성하며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상장 후 수익률도 좋았다. SK바이오팜은 ‘따따따상’, 카카오게임즈는 ‘따따상’을 달성했고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상장 첫날 상한가까지 올랐다. 카카오페이는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하며 ‘따’에는 성공했고,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15.41% 내린 가격으로 마감했음에도 코스피 시총 2위에 올랐다.
시장의 눈높이가 바뀐 건 작년부터다. 금리인상 기조로 접어들면서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2022년은 공모주 시장도 역대급 호황 이후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경험한 시기였다. LG에너지솔루션을 끝으로 지난해 조단위 상장사는 자취를 감췄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상장 철회를 선언했고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 상장을 강행한 쏘카 등도 흥행에 실패한 건 마찬가지였다.
증권가에선 1월 효과에 공모주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지만 몸집이 큰 대형 공모주를 담을 만큼 유동성 회복은 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어급 기업에 대해선 기관들의 보수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공모 규모를 줄이거나, 공모가 수준을 낮추는 등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제시하는지 여부가 흥행의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따상에 집착하는 투자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의 분위기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분명 인정하지만, 이러한 주가 급등 현상에 대한 집착은 지양해야 한다”며 “상한가를 기록하면 성공, 아니면 실패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따상은 2020년 10회, 2021년 15회를 기록 후 2022년엔 3회, 2023년엔 5회를 기록 중”이라며 “시가총액 기준 1조원 이상의 기업은 과거 4회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시총 3000억원 미만의 중소형주, 그중에서도 소형주에서 드물게 발생한다”며 “따상을 대형주에서 떼어 놓은 것처럼 당연한 듯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모주, 상장 후도 다시보자
공모주 투자의 대부분은 청약 등 IPO 이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해 60개에서 100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새롭게 주식시장에 데뷔하는데, 이중 상장 후 수개월이 지날 때까지 투자자의 관심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상장 후 투자자 관심이 사그라들면서 신규 상장사가 공모자금을 활용해 이뤄지는 기업 내부의 긍정적 변화들은 시장에 늦게 알려진다.
DB금융투자는 이를 활용해 ‘포스트 IPO(Post-IPO)’ 투자도 눈여겨봐야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래성장 기대에서 실질적 성과로 옮겨간 상황에서 미래 성장성에 베팅하는 ‘프리 IPO(Pre-IPO)’ 보다 상장 이후 투자 기회를 찾아볼 만 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상장 후에는 공모주 배정, 청약 증거금과 같은 투자제약 요소도 없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유현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공모에 참여해 상장일에 바로 매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투자자가 이런 단기투자 전략을 채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제약이 없어 수익규모를 늘릴 수 있고,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는 경향이 있어 각 기업을 잘 파악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DB금융투자가 2013~2020년 중 상장일 종가 대비 2년 후 코스피 상대수익률 상위 3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4개 기업은 셀리버리, 신라젠, 엘앤씨바이오, 박셀바이오 등 모두 바이오테크 기업이었다. 그밖에 유티아이(핸드셋 부품), BGF(유통), 나스미디어(광고), 천보(2차전지 소재) 등 다양한 영역의 종목들이 상장 2년 뒤 높은 수익률을 냈다.
유 연구원은 “IPO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상장은 대규모로 주식을 발행해 지속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모집하는 과정이고,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됐는지는 상장을 완료한 이후에나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림텍, 현대무벡스, 레이, 티앤엘, 씨에스베어링, 아모그린텍, 그린플러스, 리메드, 아이디피 등 9개 종목을 포스트 IPO 투자가 유망할 회사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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