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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0에 도전…‘대기 중 직접 포집’ 기술 주목받고 있다는데 [한세희 테크&라이프]

SK·롯데·현대중공업 등 화학·중공업 기업들 탄소포집 사업에 나서

 
 
탄소 포집 시설 모습. [사진 클라임웍스]
 
탄소 묵시록의 시대다. 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어둠의 힘으로 묘사된다. 연이어 지구촌을 덮치는 전례 없던 폭염과 한파 소식,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도 기후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기업들은 임박한 심판을 피하기 위해 ESG 경영과 투자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세계 곳곳의 공장과 발전소, 자동차와 항공기, 빌딩, 가축을 기르는 목장 등이 지금도 엄청난 양의 탄소를 쏟아내고 있다. 현대 인간의 삶은 이러한 활동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손쓸 수 없을 지경이 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간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대기에 나온 이산화탄소 제거 방법 찾기 몰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가능하면 1.5℃ 이하로 막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배출하는 만큼의 탄소를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여 21세기 후반기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탄소중립기본법을 공포했다.
 
관건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과 비중을 낮추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내연기관 차 대신 전기차를 타고, 친환경 빌딩을 짓고, 발전소나 정유소에 친환경 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 배출 저감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을 갑자기 높이기도, 가솔린 차를 전기차로 빠르게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정유, 철강, 항공, 물류처럼 탄소 배출을 줄이기 매우 어려운 산업군도 있다.
 
무엇보다 이미 대기 중 나와 있는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수천 년은 더 대기에 머물며 온실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요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기술이 탄소포집(CCSU, CarbonCapture, Strorage & Usage)이다. 대기 중 탄소를 붙잡아 따로 모아 땅 속 깊은 곳에 저장하거나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탄소포집 시설은 보통 큰 발전소나 공장, 플랜트에 설치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즉시 회수해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 재활용한다. 석유 시추 공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은 산업 현장에서 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퍼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는 산업혁명 이후 오랜 시간 이미 이산화탄소가 쌓여왔다. 이미 배출되어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를 위한 기술이 ‘대기 중 직접 포집(DAC, Direct Air Capture)’이다. 거대한 팬으로 공기를 빨아들인 후 흡착제나 용매 등 화학처리로 탄소를 분리, 탄소는 땅 속에 저장하고 나머지 성분은 다시 대기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DAC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여럿 나오고, 실제 시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클라임웍스, 카본엔지니어링, 카본큐어, 참인더스트리얼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클라임웍스는 지난달 아이슬란드에 연간 40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오르카(Orca)’ 플랜트를 가동했다. 카본엔지니어링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영국 스코틀랜드와 미국 텍사스에 50만톤 규모의 DAC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테크 대기업들 역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위해 탄소 배출 관련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배출한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작년에는 10억달러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조성해 탄소 포집과 제거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클라임웍스 오르카도 이 기금을 받아 설치되었다.
 
아마존은 20억달러 규모의 ‘기후 서약 펀드‘(Climate Pledge Fund)를 조성했다. 이 펀드로 투자한 회사 중에는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에 주입해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두고 콘크리트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가진 카본큐어도 있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해 초 X프라이즈재단과 함께 획기적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에 1억달러의 상금을 주는 기술 개발 대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도 탄소포집 기술에 관심이 많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5790만톤에서 최대 9500만톤을 저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탄소포집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지금의 2배 수준인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2030년까지 14개의 상용화 제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SK, 롯데, 현대중공업 등 주요 화학 및 중공업 기업들도 탄소포집 사업에 나서고 있다.
 
DAC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비용이 아직은 너무 높다. 클라임웍스 CEO는 한 인터뷰에서 DAC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1톤을 포집하는 비용이 500-600달러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으려면 2050년까지 연간 1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 너무 비싼 DAC

이미 배출되어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로 꼽히는 '대기 중 직접 포집(DAC)' 개념도. [사진 클라임웍스]
 
현재 산업용 이산화탄소의 가격이 톤당 100달러 정도다.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도 이 정도는 되어야 상업성이 있는 셈이다. DAC 산업이 지금보다 300배는 빠르게 성장해야 이 정도 비용을 맞출 규모를 이룰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상용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할 이유다. 카본엔지니어링 설립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데이빗 키스는 DAC가 상용화 수준에 이르면 탄소 제거 비용이 톤당 94-232달러 수준으로 내려가리라는 내용의 논문을 2018년 발표했다.
 
탄소포집이 기후변화 방지 노력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 저탄소 산업 공정 적용 등 기후 변화의 근본적 해결책을 외면하고 기존 산업 구조를 유지하려는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기후변화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잡아 땅 속에 모아두는 방식은 가장 직관적이고 간단한 해결책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계를 극복하고 기후변화 극복의 묘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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