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생법 위반, 퇴직 강요에도 ‘존경받는 기업인’이니까 지원?
제조정지‧과태료‧벌금형 받은 성심당…대표는 심의위원도 맡아
여행박사, 신임 대표의 ‘희망퇴직 강요’에도 정책지원은 그대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정책사업 ‘존경받는 기업인’을 추진하면서 이에 선정된 일부 기업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다거나,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등 선정 취소 규정에 해당되는데도 이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선정기업이 업계 모범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중기부가 홍보에만 몰두하느라 사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존경받는 기업인'의 주관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게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을 취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해당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중기부가 사후관리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중소기업과 근로자의 성과 공유 우수사례를 알리기 위해 2016년부터 '존경받는 기업인'을 매년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인과 이들이 속한 기업에 정부가 정책사업 참여시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혜택 내용은 중기부 사업에 참여시 중소기업 일자리 평가 가점, 중진공 정책자금 일자리창출촉진자금 신청자격, 병역지정업체 신청시 가점 등을 부여한다. 성과공유기업 인증을 받으면 경영성과급에 대한 세제 혜택 등도 지원하는데 경영성과급 지급액의 10%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근로자 소득세 50%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중기부는 이와 함께 사업 취지에 어긋나는 기업인에 대해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 취소 관련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사업 운영지침’을 보면 제13조(선정 취소)에서 선정기업인이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4호) ▶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각종 언론보도 또는 소송 제기 등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합당치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9호) 등에 해당하면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기준 요건’에선 형사처분 요건에 ‘존경받는 기업인 신청일 전 3년 안에 2회 이상 벌금형 처분을 받거나 1회 벌금액이 200만원 이상 벌금형 처분을 받은 자’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재 의원실이 2016~2021년에 걸쳐 최종 선정된 '존경 받는 기업인' 총 59명과 이들이 속한 기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로쏘㈜성심당(선정 당시 사명) ▶여행박사(선정 당시 사명, 현재 NHN여행박사) 등이 선정 취소 관련 규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로쏘는 정책사업 시행 첫 해인 제1기 ‘2016년 존경받는 기업인’에 임영진 대표가 선정되면서 중기부 정책사업 지원을 받았다. 로쏘는 제과제빵가게 ‘성심당’이 유명해지면서 전국적 지명도를 얻게 된 대전 향토 기업이다.
성심당은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 발표 전인 2016년 9월에 위생적 취급기준을 위반한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적발돼 과태료를 낸 바 있다. 2019년에는 땅콩심전병‧옛맛땅콩심전병 제품에 대한 주기적 자가품질검사 일부 미실시, 치킨돈까스‧멘쓰까스‧튀김새우 품목제조보고 미실시 등으로 각각 제조정지 15일, 과태료 600만원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에 로쏘는 축산물가공업 영업허가 없이 돈까스‧규카츠 제품을 제조, 같은 건물에 있는 계열사 레스토랑 ‘테라스키친’을 통해 판매해 벌금 200만원의 형사처분도 받았다.
그럼에도 임 대표는 정부지원정책 우대 혜택을 받으면서 2019년 '존경받는 기업인'을 선정하는 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도 발탁됐다. 이에 대해 성심당 측은 “당시에는 악의가 아닌 절차상 실수였다”며 “지금은 로쏘가 아닌 테라스키친 주방에서 돈까스 등을 조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기부·중진공, 기업인 뽑기에만 치중 관리·점검은 뒷전”
여행박사는 황주영 전 대표가 2008년 설립해 한때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여행사로 주목 받았다. 황 전 대표는 여행박사를 운영하던 시절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한 활동을 인정받아 제2기 2017년 존경받는 기업인에 선정됐다. 여행박사는 이듬해인 2018년 9월 정보통신(IT) 기업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고, 이름도 NHN여행박사로 변경됐다.
이후 NHN 출신 양주일 대표(NHN여행박사·NHN벅스 대표 겸임)가 NHN여행박사 신임 대표로 부임한지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직원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250여명의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 시간이 안 왔으면 했지만’ 등의 표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를 버티지 못한 사연을 전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얘기는 다르다. 여행박사 전 직원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에 6개월치 무급동의서에 동의했는데 무급휴직 석달 째인 10월, 회사가 갑자기 희망퇴직을 1주일 안에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직원 B씨도 “애초 무급동의서를 3개월치만 받아도 되는데 6개월치를 받아놓은 점이 수상했다”며 “회사가 부동산 수익을 내고도 직원들을 위한 운용자금이 없다고 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정책사업에 대한 사후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로쏘와 NHN여행박사가 중기부의 사업 운영 지침과 선정기준 요건에 어긋나는 행위로 논란을 빚고 있음에도, 과거에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정부 지원 수혜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관기관인 중진공이 이러한 정보들을 제대로 점검하지도, 사업 관리·운영에 제때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선정사업 운영 지침은 ‘주관기관이 제13조제1항의 선정취소 사유에 대해 해마다 2회(상·하반기, 필요 시 수시) 이상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관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존경받는 기업인에 선정된 기업인과 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우대 혜택은 정해진 기한 없이 적용되는데 선정 후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게도 정부가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성과 공유 문화를 확산한다는 정책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중기부와 중진공이 우수 기업인 선정에만 치중하고 사후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존경받는 기업인 사업의 선정 취소 관련 규정은 선정인 뿐만 아니라 선정인이 속한 기업도 포함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존경받는 기업인과 그 기업이 계속해서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정기적인 점검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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