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시장 열릴까? 서학개미 vs 동학개미 희비 교차
머크, 먹는 코로나 치료제 임상 연구발표에 급등
국내 치료제·백신 기업 포함 제약·바이오주 일제히 하락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탄생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 관련 주들에 투자한 서학개미와 동학개미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미소를 짓고 있는 쪽은 서학개미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 19 치료제가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머크는 최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자 주가가 급등했다. 머크는 지난 10월 1일(현지시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가 감염 5일 이내의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가능성을 50%가량 낮췄다”고 밝혔다. 발표 당일 머크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8% 이상 올랐다.
머크는 가급적 빨리 미 FDA에 이 알약의 긴급사용 승인(EUA)을 신청하고, 다른 국가에서도 신청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몰누피라비르는 FDA가 허가를 하면 첫 코로나19 알약 치료제가 된다. 미국 화이자와 스위스 로슈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임상 3상에 들어갔지만 속도가 머크 보다는 뒤처져 있다.
코로나19 ‘게임 체인저’ 등장할까…먹는 치료제 출시 기대감 ↑
이후 로슈홀딩이 특허권을 사들여 독점 생산했다. 로슈는 2001년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로 타미플루를 처음 선보였다. 첫 시판이 이뤄진 2001년 11월 로슈 주가는 120스위스프랑(CHF, 약 15만3000원)이었지만 2007년에는 266CHF까지 2배 이상 상승했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 치료에 타미플루가 효과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해결사 역할을 한 것도 타미플루였다. 이로 인해 로슈의 주가는 또다시 상승세를 탔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2월 로슈의 주가는 120CHF까지 하락했었다. 하지만 그 해 신종플루 팬데믹 기간 1년 사이 회사의 주가는 190CHF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제2의 타미플루 등장 임박 소식에 동학개미들은 울상이 됐다. 국내 코로나19 관련 개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힘을 잃는 모습을 보여서다. 조바심이 난 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빅 파마에게 백신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치료제마저 첫 결승선을 놓치게 됐다. 정부도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선구매를 위한 예산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해외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승인 임박 소식이 들려오는 사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 중 한 곳은 개발 중단 소식을 알렸다. 부광약품은 지난 9월 30일 코로나19 치료제 ‘레보비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부광약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18%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어 10월 5일에도 9.15% 하락 마감했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자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로 국산 11호 신약이다. 부광약품은 B형 간염치료제 레보비르의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상 임상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끝내 포기를 선언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주 일제히 하락…코로나19 R&D 지속돼야
국내 첫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이날 12.1% 하락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렉키로나의 국내 정식 품목허가를 받은데 이어, 이날 유럽의약품청(EMA)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우크라이나 임상 3상 승인 소식을 전한 종근당 역시 주가가 8.4% 하락했다. 양사의 코로나19 치료제 모두 정맥에 투여하는 주사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뿐만 아니라 백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맥없이 하락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돌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백신 위탁생산(CMO)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등 국내 굵직한 제약·바이오업계들도 관련 여파에 주가가 하락했다.
사실상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탄생 임박 소식은 국내 제약·바이오주 전체에 강한 영향을 줬다.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최고조에 달했고, 반대로 실패 시 그 여파도 상당했다. 이번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등장은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가는 상황에서 ‘관리 가능한 질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주를 받들 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공존을 논하는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치료제 등장은 기쁜 소식이지만 관련 기업에 투자한 이들은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도입을 두고 국내 개발업체를 외면하지 말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미국 머크사 90만원짜리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최선인지 다시 검토해달라”며 국내 개발 업체들을 언급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위드 코로나 부분에서 분명히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외에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은 계속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치료제는 물론이고 백신도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늦은 편에 속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이 되더라도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향후에도 신·변종 감염병은 인류 건강 위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R&D(연구개발) 능력을 축적해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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