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후폭풍②] 역대급 ‘불장’ 집값에 ‘소방수’ 될까
“집값 하방 압력 주겠지만 시장 안정엔 효과 제한적”
금융권 대출 금리 인상분 이미 반영, 신용대출 우려
“금리 인상 지속하면 내년쯤 집값 상승세 꺾일 듯”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장기간 초저금리 시대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0.75%로 인상했다. 동결 기조를 유지한 지 15개월여, 2018년 11월 인상 후 2년 9개월여 만이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 꺾일 기미가 없는 집값 상승세, 커지고 있는 자산시장 거품 등 국내 부작용들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테이퍼링에 시동을 걸 조짐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한국은행이 꺼낼 카드는 ‘금리 인상’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이 가계·기업·부동산 등에 미칠 파장에 대해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 후폭풍]
① 가계 유동성 파티 끝, ‘빚투’ 청구서 온다
② 역대급 ‘불장’ 집값에 ‘소방수’ 될까
③ 기업 “코로나보다 이자가 더 무섭다”
연이은 ‘집값 고점’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전국 부동산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안정될까.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는 금리 인상이 가파른 집값 상승에 하방 압력을 줄 순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당장 안정시키기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선 이미 예상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빠르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이뤄질 전망이어서 집값 대출이자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최소 0.50%포인트, 최대 0.75%포인트 인상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이번 달에 이어 올해 4분기와 내년 3분기까지 금리 인상이 세 차례 추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통위는 8월에 이어 10월과 11월에도 통화정책 방향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저물어가는 초저금리는 그동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얼룩진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물가와 맞물려 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정부도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가 오르면 주택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통화 정책이 추진되면 집값 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곧바로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과거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은 다른 거시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역시 “금리 인상은 경제 정상화와 인플레이션 이슈를 같이 생각해야 하는데 물가 상승에 기인한 실물자산 가치 증대가 오히려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설문조사에서도 하반기에 집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이 절반을 넘었다. 국토연구원이 일반가구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주택가격전망 설문 조사에서 일반가구는 ‘하반기에도 집값이 다소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자(49.6%)로 가장 많았다.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자(3.2%)를 합치면 과반이 전국 집값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반면 집값이 다소 하락할 것이란 응답(7.5%)은 많지 않았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소비심리지수와 압력기수를 종합한 6월 부동산시장 종합지수(K-REMAP)에도 드러난다. 수도권 기준으로 이 지수는 2015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142.1을 기록했다. 이는 거시경제, 주택 공급과 수요, 금융 등의 변수를 합친 ‘압력지수’와 ‘소비심리지수’를 통합했을 때 시장 여건이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는 의미다.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곧바로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집값 하락을 유도하려면 앞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하고 확실한 ‘시그널’(신호)이 있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상 시그널 계속해야 집값 안정 유도할 수 있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계 피해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집값 하락을 유도하려면 앞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하고 확실한 ‘시그널’(신호)이 있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올해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진할 것”이라며 “8월을 시작으로 연내 2~3번 이상 인상 조치로 주택 시장에 지속적으로 확실한 시그널을 준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도 “장기간 금리를 꾸준히 올린다는 시그널이 있다면 내년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출자들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대출 금리가 곧바로 따라 오를 가능성은 낮다. 이미 시중 은행들이 대출 금리 등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담보대출자 보다 변동 금리 비중이 높은 신용대출 대출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담보대출 금리보단 신용대출 금리가 더 많이 오른다. 2005~2008년 금리 인상기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4%에서 7.2%로 평균 33% 오를 때 신용대출 금리는 6.5%에서 8.9%로 37% 올랐다. 지난 6월 신규 가계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율은 82%로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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