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P2P금융 등 난전 청소,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암호화폐는 특금법으로, P2P금융은 온투법으로
업체 신고등록, 불공정거래 점검, 금융사고 감시
온투법의 ‘업체 경영현황 공시’, 특금법엔 없어
“업체 폐업시 투자자 보호 방안 미비, 보완해야”
난전이 난립하고 있는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자산)와 P2P금융(Peer to Peer·개인간 금전거래) 시장이 조만간 정리될 전망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휘슬을 불며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어서다. 당국은 암호화폐와 P2P금융업계에 이미 예고한 법망을 곧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부적격 업체를 솎아내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국이 민심에 등 떠밀려 나온데다 법망도 아직 미비해 투자자 보호에 효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암호화폐와 P2P금융업계가 들끓게 된 배경엔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투자처를 잃은 뭉칫돈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거래소(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먹튀·해킹·돌려막기·시세조종 등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투자 피해 경보가 수 차례 울렸는데도 당국은 차일피일 수수방관했다. 정치권과 민심이 성토하자 정부는 뒤늦게 법망을 마련하고 검열에 나선 것이다.
당국은 암호화폐 시장에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P2P금융 시장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을 들이밀어 급한 불부터 끄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업체(거래소)들의 사업자 등록과 심사를 진행한다. 부적격 업체들을 퇴출하고 업계를 한차례 정화하기 위해서다.
특금법, 암호화폐 폐업시 투자자 보호에 ‘무방비’
암호화폐업계에선 거래소 난립으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범죄행위 검거는 2018년 62건에서 2020년 333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부터 3년간 암호화폐 범죄 피해 추산액은 1조1467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 금융위원회(금융위)를 주관부처로 지명해 암호화폐 거래소 관리에 나섰다. 앞서 지난 3월 특금법을 개정해 9월 24일까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금융위에 사업자 신고를 하도록 강제했다. 업체는 등록을 위해 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 ISMS 인증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으로 기업의 정보보호 체계가 적절한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업체는 이와 함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해야 하며 이 계정에 대한 확인서를 시중은행에서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투자자가 거래소의 폐업 가능성에 대처하도록 신고·신청·수리 현황을 공개하고 거래 유의사항 등을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거래소들이 특금법에 규정된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요건·자금세탁방지·횡령방지·해킹방지 등의 의무를 지키는지 감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의 거래 행위(매매‧교환을 중개‧알선)를 금지한다. 사업자의 시세조종을 막기 위해 거래소나 업체 임직원이 자신의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도 금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고를 제때 하지 못한 거래소들이 폐업할 경우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특금법으로는 투자자를 보호할 방도가 없어 법망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P2P 업체는 법에 따라 영업 중단에 대비해 이용자 보호사항(원리금 상환배분 업무계획 등)을 법무법인 같은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청산업무 처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하지만 특금법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특금법은 또한 자금세탁방지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거래소의 공시의무 같은 중요 사안을 다루지 않는다. 반면 온투법은 P2P금융 업체에게 영업 현황, 금융사고 발생 내용 등 경영 관련 내용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암호화폐업계와 국회에서는 업계의 업무 범위와 의무를 규정하는 업권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온투법, 신고등록 못한 업체 자체 폐업시 ‘속수무책’
P2P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온투법을 통해 업계 관리에 나섰다. 정부는 P2P 대출의 연체율 증가, 고수익을 내세운 부실 상품의 투자자 모집, 투자자가 차입자 정보를 알지 못하고 투자하는 정보 비대칭 등의 불공정 거래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금융당국은 온투법을 통해 P2P 업체에게 자기자본 등의 등록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연계대출규모·연체율 등 영업 현황을 자체 공시하고, 금융사고 발생, 연체율 15% 초과, 부실채권 매각 등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P2P금융 업체는 온투법에 따라 투자자에게 대출 내용, 차입자 관련 사항 등 연계대출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투자자가 해당 내용을 이해했음을 확인해야 한다. 투자 상품의 연체율이 20%를 넘으면 관리방안을 마련해 투자자에게 보고할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온투법 마련에도 P2P 투자자의 피해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P2P금융 업체는 온투법에 따라 8월까지 금융위에 사업자 신고등록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P2P금융 업체는 14곳에 불과하다. 이밖에 10여개 업체가 금융감독원과 사전컨설팅 형식으로 서류 검토와 면담을 진행해 등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P2P 업체 수가 지난해 8월 230여 곳, 올해 4월 113곳에 이르는데도 극히 일부만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등록심사에 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5월 말까지 등록을 신청했어야 한다. 8월까지 최종 등록 승인을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폐업해야 한다.
P2P 업체 관계자는 “등록하지 못한 업체는 기존 계약에 따라 남아있는 대출채권 회수와 원리금 상환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들 업체들이 신규 영업이 불가능해져, 기존 계약을 이행하기보단 스스로 폐업하거나 일반 대부 업체로 바꿀 수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P2P금융업계는 폐업의 전조를 보였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7월 7일부터 올해 8월 26일까지 전체 P2P금융 업체들에게 대출채권에 대한 회계법인의 전년도 감사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7월 대부업법에 따라 P2P연계대부업체로 등록한 업체 237곳 가운데 기한 안에 적정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는 78곳에 그쳤다. 금감원에 회신하지 않은 8곳은 폐업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P2P 업체들 중 소수만 신고 등록을 하는 모습은 업체들이 부동산 대출 위주의 상품으로 거액을 손쉽게 버는데 주력하다 보니 금융기관으로 변모할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업체 등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가 저조하다”며 “이 상황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인위적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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