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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수주 릴레이...긴 터널 지나 빛 보나

한국 조선사 선박 수주량, 세계 52% 차지
철강 등 원자재값 상승이 발목 잡을 수도

한국조선해양 LPG 운반선. / 사진 : 한국조선해양
10년 넘게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조선업계가 바빠졌다. 수주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올 1분기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은 전 세계 52%를 차지했다. 2분기에도 한국 조선사의 수주 릴레이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지난 5월 24일까지 5개월 새 연간 수주 목표의 54% 채웠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자, 업계에서는 조선업이 향후 10년 간 연간 발주량이 작년 기준 2배 이상 늘어나는 ‘슈퍼사이클’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조선해양 전문기관인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를 기점으로 2031년까지 조선업 중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LNG선 등 친환경 선박 시장이 수주 잔치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은 LNG선·한국조선해양은 LPG선 수주 이어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31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총 4170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선박은 2024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된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선박에는 연비를 높이는 친환경 스마트십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선박과 바닷물 사이 마찰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 공기윤활시스템 '세이버 에어'와 추진엔진 축의 회전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축 발전기가 탑재됐다. 이와 더불어 최적의 운항 상태와 경로를 자동으로 수립하는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도 적용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44척, 54억 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목표 91억 달러의 59%를 달성한 수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LPG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PG선 58척 가운데 약 60%인 34척을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했다.  
 
지난 24일에는 총 3480억원 규모 선박 6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조선해양은 라이베리아,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각각 9만1000입방미터(m³)급 액화석유가스(LPG)선 1척, 8만6000입방미터(m³)급 LPG선 1척, 5만톤급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28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밝혔다.
 
LPG선은 LPG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한 친환경 선박으로, 배기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없이도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이 가능하다. PC선 2척과 소형 컨테이너선 2척에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탑재된다.  
 
중형 조선소들 역시 수주에 시동을 걸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선조선은 지난 29일 중국 컨테이너 선사인 SITC사로부터 1023TEU 피더선(중소형 컨테이너선) 10척을 2억달러(2,240억원)에 수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수주한 피더선은 국제해사기구(IMO) 선박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친환경 선박이다.
 

조선업계 IPO 시계도 빨라져 

 
업황개선이 빨라지면서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내걸었던 조선업계 IPO에도 속도가 붙었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 내 이들 기업의 IPO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해운 IPO 시장의 최대 대어로 꼽히는 현대중공업의 상장 시기는 이르면 8월 중순, 늦어도 9월 추석 전이 유력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친환경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해 연내 IPO를 추진한다고 밝힌 후 한 달여 만에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상장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SM그룹의 해운 부문 계열사인 SM상선은 올해 코스닥 입성을 노리고 있다. SM상선은 아직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9월 추석 전 IPO를 성공시키겠다며 노선 확장과 중고선 매입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벌크선사인 에이치라인해운도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철강 값 상승은 넘어야 할 산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큰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주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는 점 또한 리스크다. 올초부터 연이은 수주 소식에도 지난 1분기 한국조선해양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5%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중공업은 시장 전망을 한참 밑도는 영업손실 5068억원을 냈다. 회사 측은 영업 손실이 확대된 배경에 대해 철강업계의 강재 가격 인상을 지목했다. 올해 상반기 강재 가격 인상이 예상 폭을 훨씬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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