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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원’ 달하는 비급여…지속 가능한 의료 위한 전문가들의 해법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 OECD 평균보다 높아
전문가들, 정부의 체계적 개입과 제도 개선 강조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5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윤형준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비급여 의료비와 실손보험의 급증이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이 모색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체계적 개입을 통한 비급여 관리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 ▲의료비 투명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 활용 등 다각적 대책을 제안하며 공공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의료 시스템 재정비를 촉구했다.

5일 보험연구원은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주제발표에 이어 각계 전문가들의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의 문제와 개선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비급여 관리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철학적 관점과 현실적 문제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 보건행정의 근간은 공리주의에 있다”며 “다수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 실패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급여 관리가 단순히 의료비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임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 개입이 자칫 잘못되면 시장을 왜곡시킬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 간 균형을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2022년 기준으로 비급여 의료비는 17조원을 넘어서고, 특히 2차 의료기관(병원)과 의원급에서 비급여 항목이 많다”며 “이는 의료 시스템 왜곡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 항목을 총괄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체계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특히 2020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 비급여 보고 제도가 도입됐듯이 향후 보고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5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윤형준 기자]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과 비급여 의료비의 연관성을 설명하며,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비 문제를 조명했다. 그는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2%)보다 높으며, 1인당 의료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7% 증가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의 60%가 비급여 항목에 집중되며, 과잉 이용이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개편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 통제 장치를 통해 효과를 보고 있지만, 손해율 악화와 보험료 조정 제한은 여전히 큰 문제”라며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를 통해 과잉 이용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관리 강화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심사 기준과 진료 적정성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급여 보고 제도의 데이터를 활용한 장기적 관리 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5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세미나에 참여한 각 계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윤형준 기자]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실손보험이 의료 시장에 미치는 양면적 영향을 지적했다. 그는 “실손보험이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잉 의료와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적 영역의 비급여 관리 강화와 실손보험 보장 범위 축소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이사는 비급여 항목의 표준 가격과 진료 지침 마련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의료기관 간 비급여 가격 차이는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정부가 비급여 항목의 표준 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관리할 별도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관점에서의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실손보험과 비급여 항목이 의료 시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는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급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성과 신뢰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 이용 행태가 의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수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급여 관리 체계와 실손보험 상품 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는 과잉 의료 이용과 직결된다”며 “정부는 비급여 항목의 모니터링과 규제를 강화해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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